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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談한 만남] “환자에 맞는 치료법 총동원…1%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 안 해”
작성자 이담외과 작성일자25-11-12 14:45 조회 40

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 혈관외과 전문의…개원 4년 맞아

미세수술·혈관 문합에 끌려 이 길로, 대학병원에도 없는 최고의 장비 갖춰


다리 절단 권고 받았던 40대 싱글 男, 1년 극한 치료…발가락 잃는 데 그쳐

모두 안 된다고 해도 방법 찾아내야


정형외과·성형외과·내과 전문의 협진, 보기 드문 당뇨발 원스톱 진료 체계도

정체성 확실한 병원으로 키우고 싶어

“의사는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끝까지 해봐야 합니다.”


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은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끝까지 붙잡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교과서와 인공지능(AI)이 ‘절단이 답’이라 답하는 상황에서도 직접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 위험과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고도 도전을 택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살리는 건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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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4년째인 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은 AI 의료 시대에도 인간적인 병원을 지향하면서 환자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혈관외과 전문의인 김 원장이 직접 혈관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아직 대중에게 낯선 ‘혈관외과’. 혈관외과는 장기이식·흉복부대동맥·말초혈관·정맥 등에 발생한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분야다. 김 원장은 이 분야의 전문의다.


대학병원을 거쳐 개원한 지 4년, 이 시간을 몰입·욕망·열정 세 단어로 압축한다. 대학병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대신 빠르게 판단하고 환자 곁에서 끝까지 버티는 힘을 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4년의 기록 속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순간들이 남았다. 김 원장은 “남들이 안 된다고 한 일을 해냈던 경험이 앞으로 병원의 명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진료철학은 단순명료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것, 인간적인 진료를 하는 것. AI가 의학 정보를 알려주고 진료를 서포트하는 시대다. 김 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진료의 깊이와 환우들과의 대화, 그리고 인간의 독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환자의 삶을 높이고 살리겠다는 의지로 “책임은 내가 진다”는 전제 아래 끝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의료 분야에도 분명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 결과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각오가 필요하다. 대형병원은 표준진료를 따르는 구조이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는 개원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책임은 내가 지고,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가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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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기보다 살리기… 1년 입원 끝에 걸어 나간 환자”


그는 이담외과의 명함이 된 사례로 40대 중후반 독신 남성 환자와의 일화를 들었다. 이 남성은 대학병원에서 다리 절단을 권유받고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평소 건강하게 지내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장골동맥을 포함한 주요 동맥이 모두 막혔다. 이미 대학병원에서 두 차례 시술과 수술을 받았지만, 무릎 위 절단이 최종 권고였다.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환자의 가족들이 “여기서 다리를 살릴 수 있다고 들었다”며 내원했다. 김 원장은 “상황이 나쁘지만, 모든 걸 걸고 시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치료 비용이 많이 들 수 있고, 기간이 길며, 교과서 밖의 극단적 치료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환자의 가족들은 “동생이 아직 싱글이고, 다리 없이 죽을 수는 없다”며 이를 모두 수락했다.


김 원장은 고농도 혈전용해제와 정맥-동맥 문합, 반복 시술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극한의 치료’를 이어갔다. 그 결과, 1년 입원 끝에 발 일부만 잃고 걸어 나왔다. 무릎 위까지 절단해야 했던 환자는 발가락 정도를 잃는 데서 그치게 됐다. 심리적 케어까지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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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김 원장은 자신만의 ‘비스포크 치료 철학’을 확립했다고 전했다. 멋지게 재단된 수트를 만들어가듯, 표준화된 매뉴얼뿐 아니라 환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적용한다는 의미다.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에도 끝까지 가능성을 좇는다. 그는 환자 상태를 단계별로 평가하는 ‘숏텀·롱텀 엔드포인트’를 설정해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는 세브란스도 아니고 서울대병원도 아니다. 이런 치료를 포기하면 누가 우리를 찾겠나”라며 “물론 내 치료가 항상 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시대는 미친 듯이 매달릴 의사에 대한 니즈가 크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그 내러티브”라고 강조했다.


김현규 원장은 이번 사례에 대해서도 “AI라면 자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릎 절단을 피한 환자가 퇴원 후 장가도 가고 새로운 삶을 살면서 혹시라도 인간극장에라도 나오면 제 얘기도 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김 원장은 이같은 진료가 가능한 것은 병원 식구들이 그의 철학에 동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같은 치료법에 대해 ‘굳이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의 명함은 이런 환자들을 치료했던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했을 때 한두 케이스만 했더라도 이는 의미가 크다. 남이 된다고 하는 걸 내가 더 잘하는 게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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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서 시작된 혈관외과의 길

 

섬세한 것을 다루고, 미세수술을 선호한 김 원장은 혈관외과 전문의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은 ‘취향 차이’라고 말한다. 김 원장은 “위나 장을 자르는 큰 수술이나, 정형외과처럼 망치질을 하고 나면 젓가락질도 못 할 정도로 손이 떨리는 수술도 안 맞더라”라며 “처음엔 혈관외과의 존재조차 잘 몰랐지만, 수술을 들여다보니 혈관 문합이 특히 흥미로웠다. 연결했을 때 피가 통하는 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펠로우 1년 차 때 미국 UCLA 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당시 ‘혈관 접근이 쉬웠다면 혈관외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혈관은 인체 깊숙이 위치해 있어 접근이 어렵고, 잘못하면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기에 기피과로 불렸지만, 그는 오히려 그 점에 끌렸다.


당시 혈관외과는 독립된 과가 아니라 외과 안의 한 분과에 불과했다. 전공을 해도 ‘혈관외과 전문의’를 받기 어려웠고 개인병원 개원도 쉽지 않았다. 혈관치료 장비는 크고 값이 비싸, 방사선 기기를 갖춘 별도의 공간과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접근이 어려워 기피과로 불리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김 원장은 “아무래도 의사 수가 별로 없다보니 ‘나중에 한자리 하는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웃었다. 실제 김 원장이 개원한 당시 전국의 혈관외과 전문 병원은 10곳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30곳이 넘는다.


그는 “혈관외과 씬은 규모가 작아 누가 누군지 다 알 만큼 좁다”며 “각자의 역할을 하며 함께 혈관외과 무대를 키워가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스승의 날,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 중인 은사로부터 “내가 나가면 너네 병원에 받아줄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기피과에서 개원의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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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이 시술하고 있다.

 

새로운 기계를 다루는 것도 좋아했던 그는 혈관질환에 하이브리드 수술법이 도입되던 초기에 이를 접하며 몰입하게 됐다.


시대가 바뀌며 세부전문의 제도가 도입되면서 혈관외과가 정식 인증을 받았다. 장비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예전엔 방 전체를 차지하던 장비가 이제는 아이패드 크기 수준까지 소형화됐다. 이 변화 덕분에 그는 개원을 결심할 수 있었다.

장비 투자에도 아낌이 없다. 대학병원에도 없는 프리미엄 초음파 장비인 ‘로직E10(LOGIQ™ E10), 혈전제거장비인 ‘엔지오젯(Angio Jet™)’, 조영제 없이도 혈관 내 상태파악이 가능한 ‘혈관내초음파 아이부스(IVUS)’, 1억원대 카본 수술 베드 등 최상의 장비를 갖췄다. 김 원장의 또 다른 신조는 ‘기계는 무조건 좋은 게 짱’이라는 것이다. 숙련된 의사에게 최고의 장비가 갖춰진 것만큼 든든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서 보기 드문 당뇨발 원스톱 협진 체계

 


김 원장이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당뇨발 치료다. 당뇨병 환자의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인체 말단 부위, 특히 발에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통칭하는 게 당뇨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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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왼쪽 두 번째)이 당뇨발 협진팀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담외과 제공

 

이를 돌보기 위해 김 원장은 개원 당시부터 정형외과, 성형외과, 내과 등 스페셜리스트를 초빙했다. 정형외과·성형외과·외과가 협업해 뼈 절제부터 피부이식, 혈관 재건까지 한 병원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체계를 갖춘 곳은 드물다.


김 원장은 “외과 전문의가 개원하면 보통 항문외과, 유방·갑상선 등으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개업모델을 따른다. 하지만 이 틀을 과감하게 깼다”고 말했다. 이어 “혈관외과라고 해서 같은 전공 전문의 3~4명이 모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영역에서 비슷한 트레이닝을 받다보니 전문지식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당뇨발 치료의 경우 내과가 맡아야 하고, 피부이식은 성형외과, 족부 질환은 정형외과가 전문성을 발휘하는 영역이다. 대학병원 재직 시절 경험했던 이 다학제 협진 구조를 개원가에 그대로 옮겨왔고, 현장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혈관 분야의 정체성 갖춘 병원으로”


김 원장이 그리는 청사진은 분명하다. 강남에서 응급 혈관치료가 가능한 병원, 혈관 분야의 정체성을 확실히 갖춘 병원이다. 거리의 병원 간판을 보면 ‘서울’, ‘연세’, ‘성모’처럼 대형병원이나 대학 이름을 내건 곳이 많다. 김현규 원장은 이런 소속감 대신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병원, 그리고 의사로 기억되길 원한다.


“간판에 기대기보다 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저희 병원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